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겨울이 깊어질수록 어둡고 축축한 북쪽으로 향하고 싶어진다. 구름이 없어도 일조 시간이 하루에 고작 몇 시간에 불과한 이곳이라 오히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래도 살기 위해 움직이는 소중한 가치를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일랜드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접하고, 지금 올라가면 눈 덮인 언덕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일 전날이라 어제 위스키를 포함한 술을 몇 잔 마신 탓에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회색빛 하늘 아래 하일랜드로 향했다. 달위니 증류소를 지나며 집으로 돌아갈 때 들러야겠다고 생각하며 설레었다.

호숫가, 도로변에 주차했다. 아주 가끔 지나가는 차량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호숫가 입구를 지나 산책로로 들어갔다. 주변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차량 소음도 사라진다. 강한 바람에도 호수는 잔잔하며, 사방을 둘러싼 눈 덮인 언덕이 우리 발소리마저 삼킨 듯 고요하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느덧 하늘을 덮던 회색빛조차 사라졌다. 증류소도 문을 닫았을 만큼 시간이 늦었으나 아쉬움이 없다. 올빼미 울음소리가 방향을 알 수 없을 만큼 가까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