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서해안 기찻길, 글래스고 서쪽 헬렌스버러를 조금만 지나면 곧바로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난다. 비가 올 듯한 어두운 하늘 아래, 구름 사이로 햇빛이 가끔 비친다.
기차를 둘러싼 산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것에 가려져 봉우리만 살짝 드러난다. 가파른 언덕과 나무 없는 황무지가 이어지고, 열차는 하이랜드의 입구, 스코틀랜드 사람이라면 늘 그리워하는 로크로몬드를 지난다. 이어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텅 빈 자연을 향해 삶과 나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던 코루어역을 지나,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가 달리는 글렌피넌교를 건넌다.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푸른 호수와 해변, 푸른 황무지와 높은 산으로 가득한 이 지역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분명 큰 자부심일 것이다.

글래스고 퀸스트릿 기차역에서 시작하는 웨스트 하일랜드 기차노선은 스카이섬 아래 말렉까지 이어진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 다섯 시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모라에서 내렸다.

짐을 풀고 조용한 해변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지난주 다녀온 이탈리아 캄파니아의 뜨거운 햇빛이 떠오른다. 4월의 여름과 5월의 겨울이라. 스코틀랜드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맑고 투명한 바다와 점점 커지는 파도 소리, 그리고 강렬한 일몰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