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에서는 매년 일주일 동안 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 중 금요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버리맨(Burryman)의 행진이 1687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내가 처음 스코틀랜드에 방문한 이후 계속 기회를 놓쳤지만, 어린 시절 늘 보아온 행사인 만큼 당연히 “그렇게 흥미롭지 않다”던 아내가 올해는 꼭 놓치고 싶지 않다며 금요일 오후에 사우스퀸스페리(South Queensferry) 하이스트리트에서 버리맨을 기다리자고 했다.

이번이 15년째 버리맨을 맡고 있는 앤드류 테일러(Andrew Taylor) 씨와 그를 부축해주던 형제, 친구들의 마지막 행진이라 더 특별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우엉 씨앗 주머니를 온몸에 붙이고 아주 천천히 마을을 걷는다. 이 까끌까끌한 씨앗 주머니가 나쁜 기운을 가져간다는 토속 신앙에서 비롯되었다. 기독교가 널리 알려진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의 토속 신앙(pagan)은 조금 더 특별하다. 토속 신앙의 흔적은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본래 많은 마을에서 진행했을 버리맨과 같은 행사는 모두 사라지고 이곳 사우스 퀸스페리에만 남았다. 드디어 버리맨과 킬트를 입고 그를 부축하는 두 사람, 그리고 백파이프와 악기를 연주하는 대규모 무리가 하이스트리트에 나타났다. 천천히 여덟 아홉 시간 걸어도 피곤하겠지만 온몸에 씨앗 주머니를 붙이고 아침부터 위스키를 빨대로 마시다 보면 이 마지막 행진은 단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힘든 과정도, 안 좋은 기운을 모은다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그 씨앗을 만지고, 떨어뜨리고, 가져가기도 했다.

행진하는 무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세 사람(버리맨과 그를 돕는 두 사람)은 우리가 앉아 있던 펍에 들어와 다시 위스키를 얻어 마셨다. 이제 15년 동안 책임지던 버리맨을 놓아줘야 하는 순간이다. 셋의 눈은 눈물을 글썽였고 그중 한 명이 휴대폰을 내게 건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일 년 단 하루, 온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이 일을 해온 사람들이다. 건네받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너무 고맙다고 거듭 말하는 그들을 보며 이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느꼈다. 마을 사람과 그 전통을 위해 긴 세월 행진을 이어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